[뉴스 포커스] ‘국경 단속’ 정치적 이용 말아야
‘이민 문제’가 11월 대통령 선거의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의 4월 설문조사 결과 영향이다. 질문은 ‘현재 미국의 가장 큰 문제’를 꼽으라는 것이었고 ‘이민’을 선택한 응답자가 27%로 가장 많았다. 정부(20%), 경제(17%), 인플레이션(13%) 등의 답변을 훨씬 앞질렀다. 동일 조사에서 ‘이민 문제’는 3개월 연속 1위를 기록했고, 이는 25년 만에 처음이라는 설명도 따랐다. 그런데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표현 방식 문제다. 갤럽이 제시한 항목은 정확히 말해 멕시코 국경을 통한 불법입국자 문제였다. 그런데 대부분의 매체가 이 내용을 전하며 제목에 ‘이민(immigration)’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제목만 보면 불법입국자가 아니라 이민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갤럽이 낸 자료를 찾아봤더니 ‘이민이 3개월 연속 미국의 최대 현안에 올랐다(Immigration Named Top U.S. Problem for Third Straight Month)’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다. 갤럽의 단어 선택에 문제가 있었고, 다른 매체들은 아무 생각 없이 이를 그대로 옮겼다. 멕시코 국경의 불법입국은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왜 새삼스레 ‘최대 현안’이 되었을까? 무엇보다 불법입국자의 급증 탓이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불법입국자는 계속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25만 명 가까이로 늘어 전달에 비해 31%나 급증했다. 2022년 12월에 비해서도 13%가 늘었다. 이런 국경 상황이 수시로 알려지면서 불안감이 높아졌다. 또 한 가지는 정치 이슈화다.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 강경파들은 불법입국이 늘자 국경 문제를 계속 부각했다. 그런가 하면 그렉 애보트 텍사스 주지사,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불법입국자 이송쇼’ 까지 벌였다. 일방적으로 불법입국자들을 이들에게 우호적인 지역으로 보낸 것이다. 명분은 “우리 주가 당하는 어려움을 직접 겪어보라”는 것이었지만 내심은 불법입국자 문제의 전국 이슈화였다. 이들의 전략은 나름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이대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4일 발표한 ‘국경 망명신청 제한’ 행정명령도 이런 분위기의 연장선이다. 방치하면 선거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그동안 이민단체 등에선 정책 개선을 요구했다. 국경 순찰 인력을 늘려 최대한 불법입국을 막고, 이민법원 판사 충원을 통한 업무 신속화 등이다. 하지만 표를 의식한 바이든 대통령은 시간이 걸리는 정책 개선 대신 행정명령이라는 강경책을 택했다.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 이민은 민감한 이슈다. 또 인종 문제와도 연결돼 있어 점화력이 강하다. 여기에 정치적 이슈라는 변수까지 더해지면 혼란은 더 커진다. 그리고 그 와중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소수계 커뮤니티다. 아시아계는 최근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팬데믹 당시 한인을 포함한 아시아계가 인종 증오범죄의 표적이 된 것이다. 어이없게도 증오범죄의 원인 제공자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었다.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하자 이를 ‘쿵후 바이러스’,‘차이나 바이러스’ 등으로 불렀다. 중국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고려한 정치적 언사였다. 그런데 엉뚱한 방향으로 불똥이 튀었다. 아시아계 주민을 향해 무차별적 폭력이 가해진 것이다. 피해자 대부분은 시니어와 여성이었다. 정치인의 한 마디에 사회적 낙오자들이 아시아계를 분풀이 대상으로 삼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불법이민은 막아야 한다. 하지만 이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특히 선거 전략과 맞물리면 증오와 갈등만 키울 우려도 있다. 그리고 그 불똥이 자칫 이민 사회로 번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김동필 / 논설실장뉴스 포커스 국경 단속 불법입국자 문제 국경 문제 불법입국자 이송쇼